[청년시평] 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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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평] 꽃이 있었다
  • 이주영
  • 승인 2021.04.1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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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곤 작가, 〈꽃이 있었다〉 (디자인=이주영)
▲조곤 작가, 〈꽃이 있었다〉 (디자인=이주영)

[한국청년신문] 언젠가 스쳐버린 길가의 꽃들을 기억한다. 아니 기억해본다. 그 꽃들은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던가. 스치는 일상 속에서 만발한 꽃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그저 보임으로써 증명해내고 누군가의 시선과 상관없이 만개하고 시들어 버린다. 오늘 읽어볼 시 〈꽃이 있었다〉의 화자는 아스팔트 위에 피어오르고 사라져버린 꽃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를 자세히 읽어보자.

1연에서 화자는 “아스팔트” 길 위에 피어오른 꽃은 다름 아닌 “분홍빛의 시클라멘”이라고 말한다. 시클라멘은 겨울에 피는 꽃으로, 실내에서 기르는 식물이다. 그런데 화자는 “시클라멘”을 실내와 대비되는 공간인 “아스팔트”에 있었다고 말하며 그 “기원”은 “오직 바람만이” 알고 있다고 한다. 

2연에서 화자는 “꽃”을 마주치는 사람들이 “희미한 한숨과 시선”을 내뱉는다고 말한다. 그것들의 속성은 “검은색도 흰 색도” 아니다. 곧, 모호하고 뚜렷하게 구분할 수 없는 속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3연에서 화자는 자신이 했던 말을 번복한다. 꽃의 기원을 “바람”도 모른다고 하는 것이다. 꽃의 존재마저도 의뭉스러워지고 있다.
화자는 4-6연에서 인간이 “꽃”을 “사랑”하고 “증오”한다고 말한다. 양가적인 감정을 내포하고 “꽃”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인간의 삶 속에서 “시클라멘”은 사라지고 “무거운 바람”만 남고 있다. 시는 전체적으로 ‘사라진 시클라멘과 그것의 존재성’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주영(시 쓰는 학생들)
▲이주영(시 쓰는 학생들)

그런데 이 시에서 꽃의 존재성을 정의할 수 없다. 곧, 이 시는 이질적인 공간에 존재하는 어떤 것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고 이내 사라져 버린 상황을 비유하는 것이 아닐까. 이미 사라졌기에 기원을 알 수 없고 꽃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모습도 파악할 수 없다. 존재가 지나가고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바라보기에 해명 불가능한 지점이 생기는 것이다. “무거운 바람”이 남아있는 현재에 화자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과거에 있었지만 현재에는 없기에 사라짐의 이유를 알 수 없고, 그 속성을 지금에 와서 밝히기도 어려운 것이다. 

꽃의 기원과 속성, 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를 생각하면서 읽다 보면 ‘왜?’라는 질문이 그치질 않는다. 질문해도 대답을 들을 수 없다. 왜냐하면 해명할 수 없는 일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을 그려내고 있는 이 시는 우리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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