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아고라] 미얀마 사태에 대한 개인적 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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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아고라] 미얀마 사태에 대한 개인적 견해
  • 이지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4.26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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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민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 이지민 한국청년신문 칼럼니스트

[한국청년신문] 미얀마 쿠데타에 대한 국내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무차별적으로 민간인들이 학살당하는 참상, 그리고 군부정권에 의해 피를 흘린 역사가 재현된다는 사실에서 쉽사리 눈을 떼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미얀마 쿠데타 군이 젊은이, 노인 가리지 않고 시위대를 무장 진압하여 공식적으로 집계된 민간인 사망자들의 수는 이미 700명을 넘어가버린 상황이다. 군부의 과격한 유혈 진압과 온갖 고문에도 불구하고 민간인 시위대는 여전히 비폭력의 자세로 투쟁 중이다. 미얀마 사태를 보면 자연스레 5.18 민주화 운동이 뇌리를 스친다. 그 당시 우리나라 군부를 떠올리게 하는 현재의 미얀마 군부, 그리고 민간인 사망자들. 두 사태 모두 비교할 필요도 없이 끔찍한 일임에 틀림없지만, 외신과 국제사회의 시선마저 의식하지 않는 미얀마 군부의 뻔뻔한 태도는 그저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작년에 수강했던 민주주의에 관한 수업에서 민주화에 대해 연구했던 학자들은 후발 민주주의 국가일수록 군부, 독재와 같은 권위주의 정치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민주화 선발 국가들보다 훨씬 크다고 보았다고 했다. 후발 국가들의 민주화 성공 가능성을 아예 차단해버렸던 이전의 가설들은 수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민주화는 늦어질수록 성공 확률은 떨어진다고 많은 학자들이 말한다. 애초에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 자체가 아주 많은 변수들과 불확실성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힘들게 성공한 민주화가 무사히 유지될 수 있는지도 미지수이다. 프리덤하우스가 매해 주관하는 세계자유도 조사에서도 참정권과 시민의 자유도(법 내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정도)를 기준으로 매긴 점수를 측정하여 '자유롭다'고 선정된 아시아 국가는 총 35개국 중 4개국(한국, 일본, 몽골, 대만)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유로운 국가로 분류되었던 인도도 그 점수가 낮아져 이제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나라로 강등되었다. 민주주의 선발 국가들이 모인 서구와 상대적으로 후발 국가들이 모인 아시아 국가들의 사례들만 보아도, 민주주의는 늦게 시작할수록 이루기 어렵고, 힘들게 민주화에 성공한다고 그 안정성은 떨어진다. 민주주의 선발 국가들은 필요한 자원을 주변국으로부터 착취하고 사회를 안정화하여 시민 의식을 발전시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늦게나마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대다수의 아시아, 남미 국가들은 여전히 권위주의 체제 속에서 저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쩐지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상대적 후발 국가인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민주주의를 이루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불과 5년 전만 해도 우리는 그 믿음에 배신당할 뻔하지 않았는가. 그래도 국민들이 합심하여 합법적으로 대통령을 탄핵시켰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전례 없는 방향성을 본 것 같아서 민주주의 사회 속 시민들의 힘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래도 정치 투명성을 갖추고 정부와 시민들 간의 신뢰도가 높아보이는 선발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 역시 그만큼 안정적인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선발 국가들도 나름대로의 한계점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50년, 100년이 지나고 사회가 지속적으로 바뀐다면, 그때도 지금의 상태를 최선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도 장기적인 시각에서 개선할 여지가 있음은 틀림없다.

우리는 이미 일련의 경험들을 통해 역사가 우리의 바람대로 항상 이상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우리가 굳건히 지속될 것이라 믿는 것들과 평화로운 일상은 하루아침에 산산조각 날지도 모른다. 때때로 서구 국가들보다 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국가 반열에 가까스로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천운만큼이나 귀중하게 와 닿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저 평화롭게 흘러가는 일상에 만족하며 현재의 민주주의가 그대로 변치 않기만을 바라며 살아가야 되는 것일까? 역사 속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왜 자신들의 목숨까지 기꺼이 희생하면서 민주주의를 외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사람들은 민주주의라는 제도 안에서 개인의 목소리가 무시당하지 않고 조화될 수 있었던 사회를 꿈꾸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 사회는 그 이상을 위해 모두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필자가 보는 우리 사회는 과두제와 그 모습이 너무나도 비슷한데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의 반열에 올랐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아가지만, 어떤 문제를 이슈화하고 제도화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시위, 청원, 투표 정도가 있다. 그마저도 파퓰리즘에 의해 이슈들은 '엘리트들'에 의해서 선택적으로 주목받기 일쑤이며, 국민적 관심이 사그라지면 그마저도 미결의 상태로 남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이상적인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이상일 뿐 현실에서 실현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이상을 좇는 그 자세에서 비로소 민주주의가 꽃피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미얀마의 상황에 더더욱 관심을 뗄 수 없는 것 같다. 80년대 전두환의 군부 정권이 들어서기 전의 박정희 정권의 시발점도 쿠데타였다는 점, 그리고 전두환이 반대 세력을 제압하기 위해 내놓았던 표면적 명목이 아이러니하게도 '민주주의'였다는 점에서, 30년이 지난 현재의 미얀마 시위가 일어난 배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80년 간 이어져 온 그들의 군부 정권과 그들 세력이 주장하는 2020년 총선의 부정선거 의혹... 이제는 시위를 넘어 내전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는 식의 절망적인 뉴스들만 이어지고 있지만, 어떻게든 미얀마 시민들이 다시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린 힘든 시간을 지나, 비관적인 결과를 예상하는 가설들을 이기고 민주화에 성공하여 모두가 안정적인 삶으로 돌아와 역사의 또 다른 반례를 남기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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