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평] 그렇게 온전히 잠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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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평] 그렇게 온전히 잠겨
  • 이수민
  • 승인 2021.04.26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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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내리는 밤( 이수민)
▲ 비내리는 밤( 이수민)

[한국청년신문]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살짝 열어놓은 창문 틈에는 거세 내리는 비도 가랑비가 되어 옅게 들이쳤다. 그저 눈을 감고 우중충한 하늘이 주는 미묘한 감정에 모든 것을 내려 놓을 뿐이었다. 안타깝게도 오늘 하루는 이 결핍감을 주는 대상을 찾아 허공을 휘저을 뿐이었다. 이미 정답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그저 네가 보고싶을 뿐이었다. 널 사랑하는 마음이 만들어 낸 극도의 우울감은 심장으로 흐르는 피를 막아놓은 듯 미친 듯이 아파왔다. 창밖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고, 문득 그것은 속이 텅비어버린 나의 빈 껍데기를 무참히 깨버리는 소리와 같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랑은 아픈 감정이다. 곁에 단 한순간이라도, 아니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앞에서 눈을 마주치고 있더라도, 그 사람이 그립다. 오늘 필자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비가 내리면 어쩐지 마음이 먹먹해진다. 불규칙하지만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내면속으로 끌어가는 힘이 있다. 화자는 살짝 열어둔 창문 틈 사이 간신히 고여있는데 물방울 속에서 그 사람을 본다. 그저 허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그 작은 물방울에 온전히 자신을 내던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당신을 볼 수만 있다면 신기루면 어떠랴.

화자는 더 깊이 내면속으로 들어가 과거의 자신을 꺼낸다. 처음으로 그 사람에 대한 나의 감정을 알아챘을 때였다. 그때도 똑 같은 공간 똑 같은 하늘 똑 같은 나였었다. 전화기 넘어로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며 작은 심장의 떨림을 느꼈었다. ‘좋아한다’ 는 것은 그때의 ‘내’가 담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감정이었다. 그리곤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다른 것의 존재를 미처 몰랐다.

▲이수민(시쓰는학생들)
▲이수민(시 쓰는 학생들)

같은 마음을 지닌 두 사람은 흘러가는 시간에 기대어 서로를 더 많이 알아갔고, 서서히 서로에게 스미여 갔다. 그리고 거센 비가 조금씩 잦아들고 있는 지금, 나는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경사진 곳에 흐르는 빗물처럼 자연스레 나의 마음을 재확인했다. 죽을만큼은 아니지만 멈추지 않는 욱신거림에 견딜 수가 없었다. 아마 내 심장엔 작은 구멍이 생겨 아주 조금씩, 조금씩 물방울이 차 바다를 이루었나보다. 그리고 가끔은 그리움이 파도를 일으켜 쓰나미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은 어쩐지 나의 그리움은 아주 고요했다. 쓰나미를 만들어 낼 공간이 없었기 때문일까. 나의 바다는 온전히 당신으로 차 있었다. 그리고 커져가는 파도의 양을 견디지 못한 당신의 공간은 모든 것을 뚫고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눈을 감고, 이 바다가 나의 모든 것을 담아주길 기다렸다.

사랑은 나의 모든 것을 내어줘도 좋은, 아프고, 잔인한 감정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이 온다면 잔인한 감정마저도 담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 사랑이 시작된다면, 두려워 하지 말길, 서로에게 깊이 빠져도 서로에 대한 호흡으로 온전히 살아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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